[영화 리뷰] 영주 - 부모를 죽인 원수를 찾아간 소녀의 목적
- 영화정보/리뷰
- 2018. 12. 7. 15:04
안녕하세요. 이슈스틱 인사 드립니다.
오늘의 영화 리뷰로는 영주에 관해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복수라는 이름의 허무
어느날 갑자기 부모님이 두 분 다 사고로 돌아가신다면 남아있는 여중생 딸 영주와 남동생 영인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남매가 둘이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리고 영주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살인자 사고를 낸 가해자가 나타난다면 영주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영화 <영주>는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영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기 직전 고 3의 나이 내년이면 성인이 되지만 아직은 성인이 아니기에 영주가 마주쳐야 하는 세상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세상은 영주에게 따듯하지 않고 영주는 그 세상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죠
영화는 이런 영주의 삶과 영주의 감정 트라우마. 사람의 방식을 보여주며 영주를 조명합니다. 다소 깊고 섬세한 감정이 일품인 영화 잘 만든 독립영화가 바로 영주라는 영화입니다. 독립영화들 중에서 좋은 영화들이 자주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영화가 대중을 외면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독립영화는 지나치게 무겁다는 인식. 늘 사회문제, 참여의 문제, 혹은 노동이나 환경 문제를 다루며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괜찮은 영화들이 너무 많습니다 때로 너무 무겁고 힘든 진행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충분히 여운에 빠질 수 있는 작품들도 있죠 영주도 그러한 작품입니다.
섬세한 감정. 그리고 진지한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영화. 저는 영화와 함께 감독, 배우들의 무대 인사와 인터뷰를 직접 관람했습니다. 작은 영화이기 때문인지 딱 한 번뿐인 기회였습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메세지가 있었고 때로 공감하는 부분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영화. <영주> 리뷰입니다. 여러분 제 리뷰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저는 철저한 비판을 목적으로 리뷰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리뷰 시작합니다.
삶을 견뎌낸다는 의미에 대해서...
영주와 영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습니다. 트럭과 충돌하여 두 분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이후 영주와 영인은 단 둘이서 부모님이 남겨준 낡은 아파트를 의지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주가 아직 성인이 되기 전. 이 두 아이에게 먼저 흑심을 보이는 것은 고모와 고모부입니다. 고모부는 강압적으로 영인이를 대하는 꼰대입니다.
고모와 고모부는 이 아이들이 상속받은 아파트를 팔아버리려고 합니다. 아직 어리니까 자기들이 마음대로 팔려고 하는 거죠. 재개발 되어봐야 월세도 못 산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요 그런 고모에게 영주가 하는 말은 이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는 말. 또 이 영화에는 그녀의 포지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주는 경계에 서 있는 아이입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 법적으로는 아직 아이이지만 이제 해만 넘어가면 성인이 될 사람. 그것이 바로 영주의 정체성이자 본질입니다. 마음속에는 아직도 어린이가 있는데 아직 어린 동생때문에 어른으로 행동해야만 하는 어른 아이. 그것이 영주죠 그리고 여기에서 김향기가 왜 이 영화에 나오는지 이해가 됩니다.
배우 김호정이 짧은 무대인사에서 김향기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주처럼 내년에 성인이 된다." 대박도 붙고, 상도 받고 이제 배우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갑니다. 단순히 나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 경계에 서 있는 영주의 입장과 관련해서 김향기는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김향기는 해냅니다.
놀랍게도 영주는 두 가지의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착한아이의 얼굴과 영인이 누나로서의 얼굴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아직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싶은 아이의 얼굴이 부드럽고 앳되다면 영인이의 다그침에 영인이를 노려보는 영주의 얼굴은 거친 세상과 투쟁하며 상처 입은 누나의 아픈 얼굴입니다. 문제가 터진 것은 영인이었습니다.
영인이는 비행 청소년인 모양입니다. 친구들과 같이 pc방을 털었습니다. 중간에 칼도 들고 저항한 것으로 보면 무척 거친 아이인 모양입니다. 경찰에 입건되었고 피해자는 합의금을 요구했습니다. 금액은 300만원 누군가에는 그까짓 돈일 수 있겠지만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가난을 겪어본 사람들은 알죠 300만원은 거금입니다.
영주 입장에서는 노력해서 얻기 어려운 돈.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다고 할지라도 단기간에는 저금할 수 없는 돈. 물론 영주가 아예 구할 수 없는것은 아닙니다. 절차가 복잡하기는 해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니 소액은 빌릴 수 있기 때문 이겠죠. 문제는 영주에게는 어른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고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고모는 냉혹하게 거부합니다. 저는 이 고모라는 사람의 옹졸함과 비정함에 혀를 내둘러야 했습니다. 결국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누구의 가르침도 조언도 받지 못하는 영주는 길에서 본 대출 광고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액이 가능하다는 말. 대신 이자를 선납해야 한다는 말. 저는 여기에서 한숨이 푹 나오더군요. 영주는 이자 90만원을 입금했고 10분 후에 입금한다던 300만원은 없었습니다. 영주가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나 냉혹하고 차가웠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잔인한 세상 앞에서 영주가 지닌 지혜와 경험은 보잘 것 없는 것이고 마치 어린 아이 손목 비틀 듯 간단하게 영주의 남은 돈을 앗아가는 현실의 모습에 저는 감탄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크게 리얼리즘을 엿본 부분이라 할 수 있겠죠 절망에 빠진 영주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은 판결문. 판결에 나와 있는 가해자의 주소였습니다. 사실 이건 합리적인 여성을 지닌 여성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아이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도전했지만 대출 사기에 좌절당한 안타까운 영주는 이제 어린아이의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을 죽인 가해자를 찾아가보자. 만약 가해자가. 영주의 부모를 죽인 상문이 보란 듯이 잘 살고 있었다면 영주는 아마 돈을 요구 했을 것이라는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영주에게는 아마 가해자가 그런 이미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남자는 아내와 함께 시장에서 두부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도 평범했는데, 담벼락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상문에게 영주가 건넨 말은 일할 사람을 찾고 있냐는 말.
그렇게, 영주는 두부가게에서 일을 시작하고 상문의 아내 향숙이 돈을 숨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영주는 돈을 훔치기 위해 야심한 새벽에 두부가게를 침입하였고 돈을 훔쳤으나 그곳에서 좌책감에 시달려 술에 빠져 사는 상문의 고통과 마주합니다. 상문은 병원으로 호송되고 향숙은 영주를 불러 사정을 설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향숙은 소녀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합니다.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몰라서", "일단 되는 대로 넣어봤다", "천천히 갚으면 돼"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용기를 듬뿍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크게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일단 향숙의 아픔과 고통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호인이거든요. 아무리 영주가 괜찮은 애처럼 보였다고는 해도 아직 얼마 보지도 않은 아이인데 그리고 돈을 훔치러 했던 아이인데 혼내기는 커녕 더 준다니요.
물론 이것은 향숙의 고통과 그녀가 의지하는 종교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차성덕 감돈은 무대인사에서 자식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식물인간 상태. 남편은 사고로 징역까지 다녀온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의존한 것이 바로 종교라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했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보면 향숙은 영주에게 마치 속죄하듯 베푼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 부분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호인이 있을 수 있는가? 저로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거든요. 영화는 이제 지루한 진행을 합니다. 합의금이 마련되었기에 영인이는 풀려났습니다. 영인이는 고모부의 도움으로 풀려난 줄 알고 합의금을 다시 졸려주라고 말할 정도였죠. 영주는 어떻게든. 영인이와 다시 잘 해보려고 하지만 그 남자 동생은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영주는 갈수록 행복해집니다. 상문과 향숙은 영주를 아주 좋아했고 소녀 덕분에 향숙이 웃게 되자. 상문도 소녀를 기특하게 여깁니다. 천천히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품게 된 것이죠. 그녀는 아직 아이 입니다. 어른의 보호를 받고 어른들의 울타리 안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영주의 욕구는 엄마가 남긴 옷을 벚고 향숙이 사준 옷을 입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이 저는 영인이의 비행 청소년으로서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의 방을 생명력이 없는 공간. 활기도 없고 그 누구도 머무르고 싶지 않은 공간으로 연출한 것이 좋았습니다. 불을 꺼둔 어둔 방안에서 홀로 벽을 향해 공을 던지는 영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죠. 영인은 진실을 알아갑니다.
우연히 만난 상문을 보며 어디서 본 듯 하다고 말했고 영인은 끝내 상문이 부모를 죽인 가해자임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영인은 영주를 배신자 보듯 바라보며 가서 진실을 말하라고 진실을 말해도 그 사람들이 누나 좋다고 하면 나도 넘어가겠다고 하죠 마침내 그녀는 진실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티내지 않는 향숙. 그리고 밤에 잠깐 일어난 소녀는 그녀의 진심을 듣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영주가 얼마나 어린지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디테일이 엿보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순진하게도 지금까지 자신을 받아준 것처럼 상문과 향숙이 진실을 알고 나서도 받아줄 거라고 믿은 거죠. 영주가 지닌 순수한 마음은 결국 믿음입니다. 대출 전화해서도 이자를 선납하라는 상담직원의 말도 그대로 믿었고 또 그들의 가족이 괜찮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죠. 후반부의 진행은 이 영화를 보고 견디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영주를 향해서 모든 감정이 꾹꾹 눌러서 다가오고 있습니다. 후반부의 감정선이 너무 깊고 진지하고 분위기는 무거워서 관객이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는 거죠 영인이는 누나를 계속해서 힘들게 하고 영주는 갈등하고 향숙이 터뜨리는 눈물과 그 눈물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지는 소녀.
마침내 오가던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을 하려다 멈추고 울음을 터뜨리며 감정은 극도로 깊어만 갑니다. 이정도의 감정은 솔직히 과잉입니다. 사실 저는 마지막 울음을 보면서 과하다 생각했어요. 눈물이 맺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한강 위에서 엄마를 찾으며 우는 영주는 말 그대로 힘들었던 삶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너무 길어요.
저는 이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나쁜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훨씬 짧게 압축하면서도 영주의 고통을 담백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영주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말은 확정됩니다. 감독의 말에 의하면 뒷부분을 더 써놓은 것은 있지만 이 정도에서 완결을 지었다고 합니다. 일부 관객들은 희망을 보았다고 합니다.
저는 영주의 초라함이 보였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결코 축복으로 이뤄지지 않음을 보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 발로 걸어가는 걸음걸이는 또 하나의 투쟁으로 이어지는 걸음입니다. 영주에게 삶이란 견디고,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아직 그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 다만 그녀에게 축복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녀가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며 다시 싸움을 지속하기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원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향숙의 집에는 승일이라는 아이가 누워 있습니다. 앞에서 잠깐 설명하고 지나간 식물인간이 된 향숙과 상문이의 아들입니다. 영화에서는 영주가 승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저 역시 김향기 배우에게 질문을 하려다가 말았는데 저는 영주가 승일을 바라볼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상문의 사고로 인해 영주는 부모를 잃었습니다. 승일은 신체의 기능을 잃었죠.
영주는 승일에게 인사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그리고 왜 영화는 승일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생명유지 장치를 그토록 불안한 앵글로 잡아내고 있었을까요? 영주를 보는 순간에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은 끝났고 영주는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 길을 응원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분인 것이죠 이 영화의 최대의 약점은 역시 다소 무리한 진행과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치밀함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소 과잉된 감정도 문제입니다. 한강 다리 위에서는 신파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김향기의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신과 함께: 인과 연> 같은 작품보다는 <영주>에서 김향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리라고생각합니다. 김호정, 유재명, 탕준상 등의 연기는 빛나고 있습니다. 특히 김호정의 능숙함과 유재명이 소녀를 바라보며 지어보이는 표정과 머뭇거리는 조심스러움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멋진 모습이라 생각해요.
<영주>에 대한 제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 초반부 소녀의 고통과 비정함이 아직도 뇌리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작품중에 하나였습니다. 작은 작품이지만 세상이 조금 더 알아줘도 좋을 작품입니다. 영주와 함께 앞으로 나올 또 다른 영화가 더 주목받고 사랑받을 수 있길 바라며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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